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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가(龜旨歌) 본문
구지가(龜旨歌) - 작가 미상 -
[1] 원문과 풀이
龜何龜何(구하구하)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수기현아) 머리를 내어라.
若不現也(약불현야) 내어 놓지 않으면,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구워서 먹으리.
[2] 요점정리
작자 : 미상(구간 등 다수라는 설도 있음)
연대 : 신라 유리왕 19년(A.D 42), 가락국 건국 때
갈래 : 4구체 한역시가, 서사적 집단가요. 집단무가, 노동요.
주술(呪術) :불행이나 재해를 막으려고 주문을 외거나 술법을 부리는 일. 또는 그 술법)요
별칭 : 영군가(迎君歌 임금을 맞이하는 노래), 영신군가(迎神君歌), 구지봉, 영신가, 가락국가
성격 : 주술적(무격사상이 깔려 있음, 무격은 샤만을 한자로 차용한 것임), 집단적, 명령 어법
표현 : 직설적 표현
형식 : 4언 4구의 한역시
제재 : 거북
주제 : 새로운 생명(신령스런 임금)의 강림 기원-수로왕 강림 기원, 생명 탄생의 염원
의의 : 현전 최고(最古)의 집단무요, 주술성을 지닌 현전 최고의 노동요(勞動謠).
가락국 건국신화에 삽입되어 있는 주술적인 노래이다.
유리왕의 <황조가>(기원전 17년)보다 문헌 기록상 후대에 속하지만 문학의 일반적
발전 단계로 볼 때에는 문학사의 앞머리에 놓인다.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을 맞으면서 구간(九干)과 마을 사람들이 부른
'영(迎)신(神)군(君)가(歌)이며, 원시 가요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고,
아류작으로 해가가 있다.
출전 : <삼국유사>,권2,기이, 가락국기(駕洛國記)
[3] 해 설
가락국의 구간을 비롯한 수백 명이 구지봉에서 자신들의 지도자를 맞이하기 위해 부른 주술적 노래로서 일명 영신군가(迎神君歌 :임금을 맞이하는 노래)라고도 한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후한 세조 광무제 건무 18년 임인 3월 계욕일(액을 없애기 위해 물가에서 목욕하며 노는 날)에 마을 북쪽에 있는 구지봉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이에 마을 사람들 수백 명이 그 곳에 모이니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기를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하였다. 구간들이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이 곳이 어디냐?"고 물으매, "구지봉입니다."라고 답하였다. 이에 다시 "옥황 상제께서 내게 명하시기를 이 곳에 와서 나라를 새롭게 세워 임금이 되라 하였으니, 너희들은 구지봉의 흙을 파면서, '거북아, 거북아 / 머리를 내 밀어라. / 만약 내놓지 않으면 / 구워서 먹으리라.'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하늘에서 내려 주는 대왕을 맞이하여 기뻐서 춤추게 될 것이다."하였다. 이에 구간들이 그 말을 따라 사람들과 함께 빌면서 가무하였다. 10여 일 후에 하늘에서 황금알 여섯이 내려와 각각 사람으로 변했는데, 그 중 맨 처음 태어난 사람의 이름을 '수로(首露 : 머리를 드러냄)'라 하고 그가 세운 나라를 대가락(大駕洛) 또는 가야국(伽倻國)이라고 하여 6가야의 하나가 되었으며, 나머지 다섯 사람도 각각 다섯 가야의 주인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거북'은 용과 함께 신령스러운 존재로서 주술의 대상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 노래의 아류로서 신라 성덕왕 때 불렸다는 '해가(海歌)'가 있는데, 이는 '구지가(龜旨歌)'가 오랜 세월 민간에 구비 전승되어 왔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4] 배경설화
이 이야기 속에 '구지가'가 전한다. 천지가 개벽한 후로 이 지방에는 아직 나라 이름도 없고, 또한 왕과 신하의 칭호도 없었다.
이 때 아도간(我刀干), 여도간(汝刀干), 피도간(彼刀干), 오도간(五刀干), 유수간(留水干), 유천간(留天干), 신천간(神天干), 오천간(五天干), 신귀간(神鬼干) 들의 구간(九干)이 있었다. 이들 수장(首長)은 백성을 통솔했는데, 대개 1백호 7만 5천명이었다. 그 때 사람들은 거의 스스로 산과 들에 모여 살면서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었다. 후한(後漢)의 세조 광무제(光武帝) 건무 18년 임인(A.D.42) 3월 상사일(上巳日)에 (그들이)사는 곳의 북쪽 구지(龜旨)-이것은 산봉우리의 이름인데 거북이 엎드린 형상과 같으므로 구지라 했다.-에서 수상한 소리가 불렀다.(구간들과) 마을 사람들 2,3백명이 거기에 모이니, 사람 소리 같기는 한데 그 모습은 숨기고 소리만 내었다.
"여기 누가 있느냐?"
구간들은 대답했다.
"우리들이 여기 있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데이냐?"
"여기는 구지입니다."
또 말했다.
"하늘이 나에게 명령하신 것은 이 곳에 와서 나라를 새로 세워 임금이 되라 하셨다. 그래서 내려왔다. 너희들은 이 산 꼭대기를 파며 흙을 집으면서 '신이여, 신이여, 수로(首露)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 노래하고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하늘에서) 대왕을 맞이하여 (너희들은) 매우 기뻐서 춤추게 될 것이다."
구간들은 그 말을 따라 마을 사람과 함께 모두 기뻐하면서 노래하고 춤추었다.
얼마 후 우러러 하늘을 바라보니, 자주색 줄이 하늘로부터 드리워져 땅에 닿는 것이었다. 줄 끝을 찾아보니 붉은 단이 붙은 보자기에 금합이 쌓여 있었다. 열어보니 황금색 알이 여섯 개가 있는데 해처럼 둥굴었다. 여러 사람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여, 함께 수없이 절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보자기에 싸 가지고서 아도간(我刀干)의 집으로 돌아와서 탑(榻- 깔거나 눕는 좁고 기다란 의자) 위에 두고 무리들은 모두 흩어져 갔다. 12일을 지난 그 이튿날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합을 열어보니 알 여섯이 모두 화하여 어린이가 되어 있었는데, 용모가 심히 컸으며, 이내 평상(平床)에 앉았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절하고 하례하고는 극진히 공경했다. (어린이는) 나날이 자라 열며칠을 지나니 키가 9척임은 은(殷)나라 천을(天乙-탕왕)과 같았고, 얼굴이 용안임은 한(漢)나라 고조와 같았으며, 눈썹이 팔채(八彩)임은 당나라 요임금과 같았고, 두 눈동자를 가짐은 우나라 순임금과 같았다. 그 달 보름날에 왕위에 올랐다. 세상에 처음 나타났다고 하여 이름을 수로라하고 혹 수릉(首陵)-수릉은 죽은 뒤의 시호다.-이라 했다. 나라를 대가락(大駕洛) 혹은 가야국(伽倻國)이라고 일컬으니 곧 육가야(六伽倻)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