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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온 미군복을 얻어 입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간혹 마음씨 좋은 미군 아저씨를 만나면
미국으로 입양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연을 들고 포즈를 취한 소년들.
전쟁의 傷痕(상흔)을 잠시 잊은 듯하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한 아이가
탈진 했는지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마치 요즘 북한 장마당의 꽃제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미군 병사가 한 소년을 목욕 시키고 있다.
소년은 카메라를 들이대자 잔뜩 겁을 먹었는지 얼굴 표정이 굳어 있다.

노인이 문 긴 담배대를 고개를 외로 꺽고 바라보는
소년과, 소년이 손에 쥔 깡통 속을 바라보는 노인.
전쟁은 노인의 빈 담배대와 소년의 빈 깡통 속에 있었다.

봇짐을 등에 진 할아버지와 망태기를 손에 든 손녀.

피난을 가는 일가족의 전형적인 모습.
이렇게 지게에 가재도구를 싣고
수백 리 길을 걸어서 피난을 떠나야 했다.

길가에 앉아 참외 등을 팔고 있는 아낙들.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래야 날품팔이가 고작이었던 시절,
한 지게꾼이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길가에서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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