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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이야기 본문
그 해 겨울 이야기
M과 대전에서 만나 밤 12시 넘어 부산행 완행열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갔다.
기차는 많이 붐비었다. 사람들 틈 속에서 둘은 딱 붙어 계속 서서 갔다.
다음날 아침 7시경에 부산에 도착하여 M의 오빠집에 들어갔다가 목욕탕에 갔다와서 밥먹고 잤다.
자고 일어나니 오후 한나절이었다.
M이 나가자고 하여 바닷가를 한참 거닐다가 석양이 지는 것을 보고 주막집에 들어갔다.
할 얘기가 있다며 어제 대전에서 만나자고 했던 그녀가 기차 속에서도 지금 이 주막집에서까지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얘기할 분위기를 주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 들어가서 그 오빠와 술 한 잔 먹고 잤다. 1월 7일 수요일 오전에 부산역에 나와 서울가는 기차를 탔다.
둘이 자리잡고 오는 사이에도 별로 특별한 얘기 없이 오다가 대전역에 가까이 오니 그녀는 "오빠, 나하고 결혼할 수 있어?"라고 묻는다.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대도 가야되고, 대학원도 마쳐야 되고...등등으로 아직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순간 기차는 대전역에 도착하고, 그녀는 잘가라는 말 한마디 남겨놓고 기차에서 내렸다.
창밖을 보니 그녀는 사람들 속을 울면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이 무지 아팠다.
서울 올라오는 동안 내내 혼란스럽고 마음이 편치를 못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나도 그녀도 서로 소식이 없었다.
81. 1. 5(월)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