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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달러 시대’ 행복하십니까? 본문
‘3만 달러 시대’ 행복하십니까?
ㆍ통계청 소득통계 따르면 상위 10%만 해당… 체감소득과 큰 차이로 상대적 박탈감만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안에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2월 1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인 1달러당 1100원을 적용해 보면, 1인당 연소득 3300만원, 4인 가족의 경우 연소득 1억3200만원을 벌어야 ‘보통’이라는 소리다.
이런 전망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왜 이렇게 보통사람을 찾기 어렵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도 1인당 GNI가 곧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통계청 자료를 통해 상위 몇%에 들어야 1년에 3만 달러를 벌 수 있는지 알아봤다. 통계청의 2014년 3·4분기 분위별 소득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중간에 해당하는 5~6분위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111만6900~123만9011원으로 나타났다. 6분위(상위 40~50%)의 경우 연봉으로 환산하면 1500만원이 약간 못 미친다.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1615만원
3만 달러 시대의 1인당 GNI에 근접한 계층은 어디일까. 정답은 상위 10%다. 10분위(0~10%)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약 283만1715만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대략 3398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3만 달러라는 수치와 현실의 괴리가 심하다. 그런데 아직도 더 배가 고프다는 인식도 있다. 1인당 3만 달러를 넘어 5만 달러 이상의 소득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현대경제연구원은 ‘5만 달러 국가의 조건’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안에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도 이 보고서에서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잠재성장률 추이에 따라 빠르면 2021년, 늦어도 2030년에는 1인당 GNI가 5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왜 ‘5만 달러’인지 명시적인 이유는 나와 있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OECD 국가에서 동유럽과 중남미를 제외한 국가들의 평균 1인당 GNI가 거의 5만 달러라는 수치를 제시한다. 또한 1인당 5만 달러라는 기준을 넘은 나라가 미국, 스웨덴 등 OECD 국가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1인당 5만 달러에는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 역시 명확한 기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인 선진국들도 2013년 세계은행 기준으로 1인당 GNI가 5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4만 달러’ 국가들과 ‘5만 달러’ 국가들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지금의 1인당 GNI 3만 달러에도 허수가 많다.
GNI는 한 국가의 국민이 일정 기간(보통 1년)에 생산한 부가가치의 총합을 뜻한다. 국가간 비교를 위해 달러화로 그 가치를 환산한 것이다. GNI의 기준이 되는 ‘국민’에는 경제 3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가계소득만을 계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다. GNI 중에서 온전히 가계의 몫으로 볼 수 있는 부분만 따로 떼낸 것이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PGDI는 1만4690달러로,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1615만원이 된다. 위에 언급된 소득 6분위 연봉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1인당 GNI보다는 훨씬 ‘보통’에 근접한 수치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1인당 PGDI가 낮다는 것은 세금, 보험료 등으로 자신의 실질적인 월급이 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이처럼 PGDI가 낮은 데도 1인당 GNI가 꾸준히 올라간다는 것은 제대로 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6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세청의 통합소득 자료를 이용해 전체 소득의 중간값(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값으로, 평균값과는 차이가 난다)을 구하는 연구를 했다. 연구 결과 과세기준 미달자를 포함한 전체 소득의 중간값은 약 1660만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PGDI와 비슷한 값이다. 연구서에서 김 교수는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4만 달러라는 국정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 1인당 국민소득이 이에 못 미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PGDI와 유사한 개념으로 노동소득 분배율(LIS)이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전체 소득 대비 노동자 임금의 비율이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높을수록 개인이 쓸 수 있는 소득이 1인당 GNI에 근접해진다.
기업 비중 늘어나 현실과 괴리 커져
OECD 국가 대부분은 이미 1970년대부터 60~70% 이상의 노동소득 분배율을 기록했다. 현재도 그리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70~80%대의 노동소득 분배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 40%에 머물렀던 노동소득 분배율이 장기적으로 올라가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2013년에도 노동소득 분배율은 62%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노동단체에서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10%가량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수적인 전문가들은 이런 의견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3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처럼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의 경우 실제 노동소득 분배율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를 넣을 경우 한국의 LIS는 67.9%로 여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기준이 명확지 않으며, 여타 OECD 국가에서도 일정 비율의 자영업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렇게 1인당 GNI라는 수치와 현실의 괴리가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성병묵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 등이 올해 1월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기업에 이익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1990년만 해도 전체 GNI에서 가계의 비율은 약 72%, 기업은 15%였다. 하지만 매년 기업의 소득증가율이 가계의 소득증가율을 앞질러온 끝에, 2013년 기준으로 GNI에서 가계의 비중은 61%로 11%포인트 줄었다. 반면 기업의 비중은 25%로 10%포인트 늘어났다.
성 과장은 “기업·가계소득 비율 격차 확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여 나가는 것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 경제전문가는 “1인당 GNI 3만 달러, 5만 달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과거 조선일보가 띄웠던 ‘20·50 클럽’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2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으면서 동시에 인구도 5000만명이 넘는 국가를 이르는 말이다.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아 결국 사라진 표현이다.
출처 : 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502171108071&code=114&s_code=n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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