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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장 小考 본문

白 樺

불암산장 小考

다음그다음 2008. 3. 3. 16:07

불암산장 小考

 

밤마다 울어대는 저 새소리..

"소-쩍 소-쩍"하고 그 울음소리에 붙여보니 맞아들어가는 것 같기에 소쩍새인줄 알고 소쩍새가 운다고 하니까 외할머니께서 그것은 소쩍새가 아니라 머슴새 울움이라고 일러주시던 그 새소리가 오늘처럼 밝은 달밤에도 울어댄다.

그 머슴새는 힘들고 고된 일을 하다가 죽어간 머슴의 환생이란다. 슬픈 새다.

 

동네를 안고 있는 낮은 산 뒷편에는 불암산에서 근원이 되는 개울이 흐르고 그 옆에는 적막한 산장이 하나 있다.

이 산장을 끼고도는 개울에 밝은 달빛이 쫘-악 비치고 거기에다 그 머슴새 울음이 있는 그런 밤이다.

저렇게 밝은 달을 보고 있거나 적막한 산길에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면 내겐 알 수 없는 향수가 몰려든다.

그 달빛을 혼자만 쬐고 싶고, 그 보슬비를 혼자만이 흠뻑 맞고 싶다.

 

지금 달은 둥그렇게 중천에 떠있다.

물흐르는 소리를 친구삼아 달을 보며 생각한다.

지금 이 심야에 저 달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누비고 있을 그 친구를 말이다.

그리고 아무의 살결도 스쳐 닿지않은 순수한 저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

그러면 각박한 사회의 때묻은 몸 깨끗해지리..

 


바로 눈앞에 불암산 봉우리이건만 무서운 느낌이 전혀 들지않는다.

가끔 날짐승이 잠자리가 편하지 않은 양 푸드덕거린다.

이 대자연을 나혼자 차지한 무한한 희열에 도취된다.

시인의 시상에나 있을 나의 밤이다.

내가 앞으로 이런 산중에 와서 살지않는 한 이 밤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 당시 경기도 양주군 별내면 덕송리 식송부락에서 1975년 8월 21일(목)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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