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面牧洞 아가씨
그러니까 그 아가씨가 내가 사는 집 바로 옆집으로 이사오고 얼마 안있다가 나는 그 옆집으로 본의아니게 방을 옮기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기서 몇집 건너서 있는 자기 언니 집에 있으면서 잠만 자고 나간다는데 밤이면 오래도록 불이 켜저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나보다 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적도 있다. 벽만 살짝 걷어올리면 한 방이 될 그런 위치다.
밤마다 그 아가씨의 창으로 비쳐나오는 불빛을 이유없이 바라보고프다.
내가 이쪽으로 이사온 뒤에도 현관만 나서면 바로 그 아가씨의 창문이 보인다.
어쩌다가 일찍 불이 꺼져있는 밤이면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그 아가씨가 바로 오늘 그 방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를 갔댄다.
오늘밤엔 과연 그 창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어두컴컴한 가운데 주위에 쓸쓸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 1977년 9월 3일 토요일 면목동에서 할머니와 자취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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