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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본문
정읍사(井邑詞)
[1] 원문과 풀이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멀리멀리 비취어 주십시오.
-후렴
-후렴
시장에 가 계신가요?
진 데(위험한 곳)를 디딜까 두렵습니다.
-후렴
어느 곳에나(어느 것이나) 짐을 풀어 놓고 계십시오.
내(남편)가 가는 곳에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후렴
-후렴
[2] 요점정리
1. 작자 : 어느 행상인의 처
2. 연대 : 미상(백제로 추정)
3. 종류 : 3장 6구의 시가
4. 주제 :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
5. 의의 :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의 가요이다. 국문으로 표기된 가장 오래된 노래이다. 시조 형식의 원형을 가진 노래로 볼 수 있다.
6. 출전 : <악학궤범>권 5 무고
7. 구성 :
제1장 - '달'에 남편의 안녕을 청원
제2장 - 남편에 대한 야행침해(夜行侵害)를 염려
제3장 - 남편이 무사하게 귀가하기를 기원
[3] 해 설
(1) 이 노래는 멀리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는 아내의 간절한 마음을 노래한 작품으로 고려사 악지에 의하면 행상 나간 남편이 밤에 돌아오는데 해를 입을까 두려워 하는(야행침해) 아내가 자신의 염려하는 마음을 '달'에게 빌어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는 작품으로 여기서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라는 후렴구를 빼고 작품을 읽으면 오늘날 시조와 어느 정도 유사한 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시조의 원형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여기서 특히 '달'은 남편의 무사 안전을 도와주는 '절대자'의 의미가 담겨 있어 우리의 민속 신앙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즌데'라는 말은 밤길 귀가길에 닥칠 지 모르는 위험이나 또는 남편이 가서는 안될 곳을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본다. 그래서 여기서 '즌데'는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상황을 상징한다.
(2) 어느 행상인의 아내가 남편의 신상을 걱정하는 마음을 달에 의탁하여 노래한 것으로서, 백제 시대의 가요 중에 내용이 전해지는 유일한 노래이다. 여기에서의 '달'은 소원의 성취를 기원하는 대상인 동시에 안녕의 수호자가 되고, 인생 행로의 어둠을 밝혀 주는 광명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노래 가운데 밤길에 해를 입는 것을 진흙탕에 발을 디디는 것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은 매우 뛰어난 표현 기교이며 '내 가논데 점그를셰라'에는 남편의 일을 곧 자신의 일로 여기는 아내의 간절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또 '비취오시라', '녀러신고요', '드디욜셰라', '노코시라', '졈그를셰라' 등에 보이는 간절한 어조의 어미는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는 아내의 애틋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작품을 망부석(望夫石)설화와 연관시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노래는 여음(餘音)을 제외하면 3장 6구의 형식을 지니고 있어서 시조의 근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